[이슈] 거침없는 한국 스타트업, 헬스케어에선 고전하는 이유

2019-01-18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전자과학 신윤오 기자] 지난해 신규 투자액이 4년 만에 두 배를 넘긴 한국 스타트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디지털헬스케어, 핀테크 분야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2014년 약 1조6천 억 원이 투자되었는데 2018년에는 약 3조4천 억 원이 투자됐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협력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자료에도 1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주요 스타트업이 2015년에는 76개사였으나 2018년 1월초까지 485여 개사까지 증가해 스타트업의 외형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쿠팡 외에도 배달의 민족, 토스와 같은 100억 원 이상을 투자 받은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국 Athelas의 자가 혈액 검사기. 환자가 한 방울의 혈액만 채취할 수 있다면 집에서 쉽게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환자가 필요한 약물 복용량을 측정하고 감기나 박테리아 감염, 암 등을 진단한다. 

하지만 문제는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시장 규모가 큰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의 까다로운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구 센터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니콘이 많은 영역인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핀테크 영역에서 한국의 성장 기업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핀테크 영역에서 성장 부족한 한국

다시 말해, 인간의 이동을 점유하는 큰 영역인 모빌리티에서는 우버, 디디, 리프트, 그랩 등의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나 국내는 규제에 막혀 생태계조차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료규제에 막혀 한 발자국을 떼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임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과 해외 스타트업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한국스타트업은 규제에 맞춰 UX를 최적화하고 규제에 맞춘 기술을 선택, 박스에 갇힌 상상력에 머물지만 해외 스타트업은 고객에 맞춰 UX를 최적화하고 시장에서 이긴 최고의 기술을 선택하며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제품을 개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복잡한 인증과정에서 매출기회를 상실하고 해외고객을 따로 관리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해외기업은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표준화된 기술 사용으로 개발비를 절감한다는 얘기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스타트업얼라이언스 홈페이지 참조)
 
더군다나 지난해 12월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경쟁상황평가의 대안으로 실태조사를 법제화한 것이 스타트업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회사들 위주로 적용한 규제를 부가통신역무서비스인 민간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로 포털, 검색, SNS, 앱마켓, 전자상거래, 결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시장구조, 매출액, 거래현황, 수수료, 광고비, 수익배분 등을 조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타트업계에서는 비상장기업으로 정보공개의 의무가 없는 고성장 스타트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국내외 경쟁사에 알려지면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업 비밀이 새어나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스타트업 혁신, 경쟁 저해 규제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를 주제한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은 “세계 주요국 유니콘 기업 분포를 보면 미국은 151개, 중국은 83개인데 우리나라는 6개에 불과하며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은 1개 기업도 없다”며, “우리 스타트업들은 국내 규제 장벽에 막혀 그 뜻을 펼칠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해외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 등 역차별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다양한 기술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가 없어지는 속도보다 만들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발제에 나선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실태조사 규정 도입은 부가통신사업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는 사전적 경쟁규제로 실효성 및 역차별적 규제로 도입에 대한 반대가 대세”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상황평가의 대안으로 실태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 자체의 진정한 의도는 경쟁상황평가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 교수는 “경쟁상황평가의 대안이 부가통신사업의 진흥 및 정책지원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로 거듭나야 한다”며, “자료제출의무의 대상자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스타트업을 제외해야 하고 실태조사의 범위에는 부가통신산업의 국내기업 역차별 규제 실태에 대한 내용도 반드시 포함하며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이해당사자인 부가통신사업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 반영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ICT융합 및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근거법인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17 발효됨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이어진 토론에서도 규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는 “규제가 없어지는 속도보다 만들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없앴다는 규제를 보더라도 이름만 바뀌었지 절차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독소 조항이 ‘해독’ 되도록 올바른 시행령과 같은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세정 고려대 교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공익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하고 굳이 가만 놔둬도 되는 것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포럼의 정미나 정책팀장은 “스타트업포럼에 참여한 스타트업이 6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에 관한 실질적인 권력은 공무원이 행사하고 있지만 산업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액션’에 머물고 있다. 정부에서 스타트업 실태와 현황을 정확히 조사해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속해 있는 충남대 이상용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재량권의 남용보다는 행사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진수 과장은 “이번 법은 2년 이상 유예기간을 길게 둔 만큼 부가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도 거기에 맞춰 진행한다. 우려하는 것처럼 그 조사 대상과 범위가 중요한데 스타트업이 들어갈 확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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