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스마트공장 구축했다고 직원을 절대 해고하지 마십시오”
  • 2019-03-05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인터뷰  박진우 교수 / 전 스마트공장추진단장
스마트공장 보급에 앞장서며 기업인에게 당부해



[전자과학 신윤오 기자] 지난 2월 1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사업’을 공고하며, 올해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총 3,428억 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안으로 (재)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하 ‘추진단’ 이라 칭함)이 발족되면서 시작되었던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신설된 중기부로 사업이 이전되면서 ‘다시’ 시작하는 사업이 된 셈이다. 그간 스마트공장추진단을 맡아 스마트공장 보급을 진두지휘했던 박진우 교수도 사업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진하게 남은 그였지만,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남다른 애정은 그대로였다.

인터뷰의 주된 주제는 국내 스마트팩토리 산업의 미래였지만, 단장직에 적을 두었던 스마트공장추진단에 대해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15년부터 시작했다가 2018년 5월까지 했습니다. 업무가 여기저기로 이관되고 사업 추진에 간섭이 많아지면서 전처럼 업무 수행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중기부로 모두 이전된 것으로 압니다. 추진단을 이끌었던 소회를 굳이 말한다면 ‘proof of concept(개념 검증)’입니다. 국가 예산은 별로 쓰지 않아도 제대로만하면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히든 챔피언으로 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우리가 도운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이) 올라갔어요. 2800개 회사 중 도산한 회사도 있었지만 도덕적 해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자부심입니다.”

중소기업을 많이 상대해 본 박 교수는 중소기업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유혹에 빠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이 지원비를 더 받으려고, 회사를 나눠서 가족이름을 파는 일이 있으면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운영도 제대로 해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스마트공장을 보급할 때에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지원했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

“수혜기업이 공급기업에게 소스코드를 달라고 할 때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 부분은 제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소스코드가 새는걸 알면 밖에서 100원에 팔리는 것을 90원에 팔아버리기 때문에 정보화 사업이 모두 실패했어요. 제대로 하니까 수요기업도 좋아하고 공급기업도 운영유지비를 받으니까 이득입니다. ERP나 MES 업그레이드 사업을 하다보면 자신들 기준에 맞추느라 추가로 돈이 드는데 우리는 양심적으로 유지보수비만 받았습니다.”

"정보화와 자동화는 회사를 망가뜨리기가 너무 쉽다"

현장에서 스마트공장을 지켜 본 박 교수는 스마트공장이 단순히 정보화나 자동화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심지어 자동화한답시고 사람을 자른 기업의 50% 이상이 제대로 (회사가)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보화와 자동화는 (회사를) 망가뜨리기가 너무 쉽다는 얘기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생산공학연구 컨퍼런스가 3개 정도 있는데, 그 중 2개 행사에서 한국대표를 맡기도 했어요. 그래서 트렌드를 보고 있었는데, 아마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공장’ 이야기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들은 사람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매번 학회에 참석하면서 유럽의 기술 수준과 가고자하는 방향을 알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 학위를 했기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계속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안산 데모공장에 방문했는데, 그 곳에서 5G 실증검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어요. 3.5GHz 대역에서 실증검사를 하고 있지만 28GHz까지 적용되면 세계 최초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스마트공장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고려해야할 것이 많다. 박 교수가 정보화와 자동화가 스마트공장의 전부가 아니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의 노사관계도 봐야하고 전략도 살펴야 한다. 돈(사업비)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맞는 옷을 주고 성장하면, 그에 걸맞는 옷을 다시 주는 식이다.

“이름을 말하면 다 아는 굉장히 큰 기업의 현장에 갔는데, 수기로 품질관리 데이터를 올리고 있었어요. 돈이 없고 전산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노사관계가 안 좋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현장을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알 수 있어요. 분명히 이유가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다 보면서 접근해야 하고 전략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함께 봐야 한다. 단순히 ERP, MES를 말하는게 아니라, 기업의 수준에 맞는 기술을 제안해주는 전문위원들과 함께 추진단에서 일했습니다.”


한 외국사의 임원이 ‘한국은 요소기술은 약한데
‘integration’과 ‘implementation’은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어요.
(중략) 우리는 무언가 목표가 있으면 센서든 PLC든 좋은 것을 가져다가
목적을 달성시키는 실행력이 뛰어납니다.



추진단이 이처럼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업무의 자율성도 큰 몫을 했다. 장관이 바뀌고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하였기에 기업들도 믿고 따랐다는 얘기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지속성이 있습니다. 업체와 기관 사이에 신뢰성도 살아나고요.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사업에 대한 기업의 피드백이 생깁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화제를 좀 돌렸다.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좋지만 관련 솔루션이 대부분 외산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외국 업체만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서이다. 정책에도 그러한 점이 반영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이, 같은 값이면 국산을 써주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일부 솔루션이 쓸만한 것이 있지 모두 외산입니다. 일단 센서, 로봇 구동장치, 하모닉 드라이브 같은 솔루션은 모두 시장경제에 맡기되 국산 기술이 나오면 키워주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강점도 있어요. 언젠가 독일 지멘스 임원에게 우리 산업부 고위직이 물었어요. ‘한국의 자동화나 스마트공장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그 임원이 말하길 ‘한국은 요소기술은 약한데 ‘integration’과 ‘implementation’은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게 굉장히 좋은 질문과 적절한 답변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무언가 목표가 있으면 센서든 PLC든 좋은 것을 가져다가 목적을 달성시키는 실행력이 뛰어납니다. 인테그레이션도 마찬가지고요. 추진단이 스마트공장 사업에서 주로 해준 게 그런 것입니다. 요소기술이나 센서기술은 외산이지만 일단 그렇게 시작하자는 애기입니다. 그래서 수요가 늘고 기술이 있으면 모자란 요소 기술 부분을 커버하면서 갈 수 있어요.”

이처럼 박 교수는 외산 솔루션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지금 한다고 당장 되는 게 아니기에 일단 감수하자는 말이다. 인프라가 마련되면 필요한 기술 개발은 뒤따라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인력 양성 부분은 양보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인력양성입니다. 저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말합니다. ‘사장님, 빨리 가시려면 혼자가시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 가시려면 (직원들) 실력을 키워주고 교육시켜야합니다. 절대 생산성이 올랐다고 직원을 해고하지 마십시오’라고. 이런 말이 효과가 47있었어요. 한 기관이 계속해서 자신들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기업들은 이를 이행하려고 합니다. 추진단은 해고 없이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까지 가지고 있었어요. 제대로 하려면 해고하지 말고 교육을 시켜야합니다.”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인력양성입니다. 저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말해요.
‘사장님, 빨리 가시려면 혼자가시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 가시려면 (직원들) 실력을 키워주고 교육시켜야합니다." (박진우 교수)



박 교수는 미국에서 생산 공학을 공부했지만, 부전공으로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했다. 컴퓨터 공학에서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을 함께 공부했고 기계공학과에서는 로봇을 연구했으니 지금 ‘핫’하다는 분야를 모두 선행 학습한 셈이다. 현재 컴퓨팅 파워가 월등히 발전하면서 모든 기술이 인공지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의 융합 추세

우리나라가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돈이 중국(기업)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역량은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5G나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공장에는 이러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모델로 안산 데모공장(SMIS)을 들었다. 일반 기업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데모 공장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2015년 추진단 일을 시작할 때, 대표 R&D 공장을 한 군데 뽑았습니다. 그리고 2016~2017년까지 (모델 공장구축)을 도왔어요. 그동안에는 사람들이 해당 공장에 방문해 스마트공장 구축 전과 후를 체험했습니다. 한번에 100~200명씩 오기도 했고, 그렇게 한해 1000명 정도 방문했습니다. 사업이 끝난 이후에 2개 회사를 뽑아 작년부터 지원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첨단 데모 공장까지 갖춘 국내 스마트공장 수준은 어떤 수준인지 궁금했다. 박 교수는 전세계 기술을 가늠하는 월드매뉴팩쳐링 포럼에 참석해서 이를 확인했다. 그가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가 센서 등의 기초 분야가 뒤떨어지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흥미로운 솔루션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었다. 한 가지 예로, 공장 기계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필드버스 규격이 있는데, 서플라이어들마다 표준이 달라 서로 호환이 안됐다. 우리는 그런 특정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고, WiFi로 데이터를 올리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박 교수는 국내 산업계의 도전을 높이 샀다. 다만, 정책이 이를 지원하되 지나친 간섭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마트공장 정책은 컨트롤타워를 두되 운영은 자유롭게 맡겨야 합니다. 정부는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하고, 힘을 실어준다면 10년 안에 우리나라 산업여건을 확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산업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노사 갈등 관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달라집니다. 회사의 이익만 취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은 안 자르도록 변해야 합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생산성이 늘고 매출이 느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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