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만 하면 끝? 상업화 R&D 지원도 강화해야"
  • 2019-10-18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 소부장 키우기 프로젝트, 지금 뭣이 중요할까


“핵심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선택과 집중 육성이 필요하고 글로벌 선도형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신성철 KAIST 총장)
“소재 개발은 태생적으로 융합과 협력이 중요한 분야이다.” (정연식 성균관대학교 교수) 
“경쟁력이란 스펙이 좋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잘하는 것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정부 출연연이나 대학의 기술료가 너무 비싸다. 나중에 상용화에 성공했을 때 더 주면 된다”  (김명운 디엔에프 대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진단과 대책은 모두 비슷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최근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KAIST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이종걸(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KAIST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사태로 촉발된, 소재 부품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발 빠르게 기술 자문단을 꾸려 주목을 받았다. KAIST 소재 부품 장비기술자문단은 현재 130여 명의 전현직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자문 문의(155건)와 자문을 진행(22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성철 KAIST 총장

이종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소재부품특별법에 기반해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집행하고 35조원 이상의 기업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실제 산업 현장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학,연,관 모든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위원장도 인사말에서 “최근 대통령 직속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위원회가 출범하여 민관합동 컨트롤타워로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기혁신본부는 이미 일본 수출규제 관련 R&D 대응책 마련에 나선 바 있지만 내실 있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과기계가 산업계와 함께 더욱 가까이서 호흡해야 한다. 원천기술 연구개발 성과와 중소기업 간 단절 극복 등 산학연이 연계되어 3인4각 경주를 넘어지지 않고 완주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부.장은 장기간 연구 개발 분야

토론회 기조 발제에 나선 KAIST 신성철 총장은 우리나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이 취약한 이유에 대해 시장 규모, 장기 연구, 승자 독식 산업이라는 특성을 들었다. 먼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과 같은 첨단 완제품 산업에 비해 소재 부품 장비 세계 시장 규모 1~10% 수준이라는 것. 일례로 반도체 세계시장 규모는 510조원이지만 반도체 장비 세계 시장 규모는 60조원이다. 애당초 이 산업은 대기업 관심 산업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산업이 10~20년 장기간 연구개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수 과기인력 의 장인정신을 필요로 하며, 품질 및 가격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 국가가 시장을 석권하는 승자 독식 산업이기 때문에 뒤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2018년 대일 전체 무역적자 241억 달러 중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적자가 224억 달러였다. 
 

신 총장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육성, 선도형 연구개발을 주장했다. “핵심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선택과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 핵심 분야 선정은 산업글로벌 시장 규모, 국내 현재 R&D 수준, R&D 우수 전문인력 확보 등을 토대로 핵심 분야별 국가지정 연구실을 운영해야 한다. 첨단 산업의 중심이 소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 개발은 ‘긴호흡’으로 장기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이어 “또한 글로벌 선도형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분야가 거의 없는 한국은 추격형에서 선도형 연구개발에 R&D를 투자해야 하고 'Best One, First One, Only One'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육성과 상생 생태계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은 0.05%의 대기업이 61.5%의 수출액을 차지하는 반면에 99.8%의 중소기업이 19.1%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기에 기술기반 강소기업 500개 발굴 육성을 목표로 매출 500조원, 고용창출 100만 명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 끝으로 산학연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산화와 세계화, 전략적 추진 필요해

정연식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혁신소재: 인류사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인류사에서 소재의 의미와 발전사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학의 소재 연구 사례 및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소명을 언급하고 산·학·연 간의 상생 방안 등 소재 분야 R&D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원자, 분자 결정 등을 기반으로 한 소재는 부품 및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며 소재 개발은 태생적으로 융합과 협력이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장비 분야의 전문가로 나선 주성엔지니어링(주) 황철주 회장은 국산화와 세계화의 전략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국산화는 모방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세계화는 혁신하여 세계 1등을 하는 것”이라며, “해외기술유출 예방과 국가 경쟁력 구축을 위해 국내 기업과 전략적 공동 개발이 필요하고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들의 육성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차별화된 R&D 지원 정책과 4대 연기금 투자를 유도하고 국내시장 우선 사용 지원 정책과 채택기업의 R&D 정책자금지원 및 세재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소재부품장비기술자문단의 최성율 단장은 기본에 충실하게 꾸준히 연구개발하는 연구자 의지와 정부지원을 전제로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고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예산, 규모도 중요하지만 효율적, 전략적 집행이 더 중요하며 전략적 선택에 의한 최우선 국산화 추진 품목을 지원하고 대중소기업 및 학연관 원탁회의 상시화해야 한다. 특히 주력산업 및 신성장 동력 분야 실증 및 인증 활성화, 테스트베드 및 규제를 혁신하고 기술혁신형 글로벌 챔피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수요기업, 국산 제품 쓰도록 제도적 지원해야

(주)디엔에프 김명운 대표는 소재 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국내의 소재 산업은 개발 기술을 평가 받을 수요처를 찾기가 힘들어 번번이 마지막 단계를 통과할 수 없어 최종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힘들었던 것. 또한, 정부의 R&D 육성 정책이 기초 기술 개발에 치우쳐 후속 상업화에 대한 R&D 자금지원은 인색하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개발된 학계나 정부 출연연의 소재 기술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사장된 것들이 대다수이다.(중략) 이제라도, 정부의 연구과제 평가 방식을 특허나 논문 외에 상업화 성과에 대한 평가 지표를 확대하여 초기 기술 개발자인 교수나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본인이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풍토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김 대표는 상업화 후속 R&D 자금 지원확대 및 참여 교수 또는 연구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나 정부출연연의 기개발 특허 기술 이전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기술이전 로열티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로열티는 없애거나 대폭 낮추고 추후 상업화 성공시 지급하는 경상로열티로 대체할 때 많은 기업들이 기술이전 상업화에 적극성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동안 많이 제기되었던 수요기업의 국내 소재 부품 장비를 채택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장동력기획과의 권기석 과장은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연구성과로 2001년 이후 관련 산업의 생산은 3배, 수출은 5배 증가하는 등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아래 경영효율화 추구, 첨단 연구의 사용화 연계 부족 등으로 기술 자립 및 해외 의존도 측면에서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대책(8.5)와 연계한 범부처 소재 부품 장비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발표(8.28)하고 핵심 품목에 대한 정밀분석 및 맞춤형 전략 마련, 내년부터 3년간 5조원을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 현장 애로기술 해결 및 긴급대응연구 지원을 위한 3N을 지정 운영한다. 3N은 국가연구실(N-LAB), 국가연구시설(N-Facility), 국가연구협의체(N-TEAM)로 소재 부품 장비 기술특별위원회를 통한 핵심 품목 R&D 투자전략 수립 조정 및 성과를 점검 관리할 계획이니 산학연의 많은 참여와 제안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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