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당신은 인공지능 판사에게 재판 받고 싶습니까
  • 2019-12-20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AI 판사 도입 논란, 법원 행정이나 판례 분석에는 빠르게 AI 도입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법과 AI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사법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속속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사법정책연구원은 18일,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한국인공지능법학회, AI정책포럼과 함께 「AI와 法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의 강현중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그 시기와 속도가 문제이지 인공지능 역시 언젠가는 법률 영역에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률 업무의 전산화는 그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방대한 법률 정보의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축적된 법률 정보는 인공지능에 의한 활용의 문을 열었다. 이미 전산화되어 축적되어 있는 많은 법률문서와 법률정보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활용된다면 법조인의 업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조재연 처장도 축사에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법원은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구축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차세대전자소송은 사법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국민 중심의 사법서비스를 강화하며, 재판사무에 지능형 사건관리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히 “차세대전자소송에서는 축적된 기존 전자소송 문서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에 활용한다. 지능형 통합 검색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질의 의도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고, 소송자료의 내용을 분석하여 해당 사건과 유사한 판결문을 자동으로 추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 또한 행사에 앞서, 법률 인공지능이 방대한 법령과 판례 데이터를 단시간에 학습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법률 서비스의 생산성을 고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비용 구조로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에까지 법률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국민들은 누구나 법률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구나 법률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 

이날 행사의 발표자로 나선 삼성SDS 유병규 전무(법무실장)는 ‘Legal AI, 기업 법무를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이라는 주제 세션에서, “기업에서는 계약관리, 법률자문 등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법무 담당자와 현장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AI 기반의 Legal Tech는 다양한 기업과 로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Early stage’로써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AI 기술과 사용성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 전무는 법무업무 생산성을 혁신하기 위한 AI 기반 업무 자동화 및 계약 분석 솔루션 ‘삼성SDS Brightics Law’를 소개했다. 이 솔루션은 계약서 비교/분석을 통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문서검토 자동화 기능을 활용하여 수작업 시간을 단축, 업무 만족도를 높인다. 유 전무는 “판결문, 계약서 등 활용 가능한 법률 전자 데이터 확보와 데이터 경제의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IT 기술 활용시 데이터 보안의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고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SDS은 법무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Brightics Law를 개발했다.

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김현기 연구원(언어지능연구그룹)은 ‘엑소브레인 한국어 처리 및 법령 질의응답 기술’ 발표에서 변호사,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의 질의응답이 가능한 인공지능 SW 개발 목표를 천명했다. 법률/특허 등의 전문가 분석 지원과 금융/민원 등 고객 상담 지원 등의 지식 제공 서비스를 개발하는 김 연구원은 “해결하고자 하는 정확한 문제 정의 후 학습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쟁점분석과 근거제시가 가능한 논술형 질의응답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1세션(사법, AI를 만나다), 2세션(인간, AI에 손을 내밀다)에 이어 진행된 3세션(AI시대, 다시 인간을 돌아보다)의 ‘AI 판사’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법정 깊숙이 들어온 AI 

AI 재판과 관련해서는 이미 2016년 University College London 등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의 79%가 사전 예측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AI는 유럽인권 재판소의 인권 조항 제3조(고문 및 비인간적 대우처벌 금지), 제6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그리고 제8조(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관련된 판례 584건을 토대로 훈련하였고  법적 증거, 도덕적 판단 등을 고려해 판결하였다. 2016년 7월 미국 위스콘시 주 대법원은 AI 알고리즘 자료를 근거로 형사 재판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하급 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시했고, 2017년 8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시 법원에서 판결선고까지의 피고인의 구금일자를 정하는데 있어 AI를 활용하였다.

중국의 경우, 북경 제1인민 중급법원에는 법적 자문 로봇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AI는 4만 건 이상의 소송상의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며 3만 건의 법적 쟁점을 다룰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행해지고 있는데 ‘legal tech', 'legal hacking'의 이름 하에 디지털 법적용 프로그램에서 운용되는 분야가 개발되고 있다. 가장 널리 개발된 것이 복잡한 금융거래에서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프로그램이다. 법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발된 인공지능프로그램은 미국 대학생이 IBM 왓슨을 바탕으로 개발한 ’Ross'이다.   

하지만 인간을 완전히 배제한 AI 판사의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중권 교수는 주제 발표(국가권력행사에서의 AI도입과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서 “어떤 전문가 시스템도 인간의 통제 없이 출현할 수는 없다. 왓슨 역시 먼저 전문가에 의해 문답으로써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바른 결론을 도출하도록 학습되어 있다”며, “전문가 시스템의 인풋과 아웃풋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항상 필요로 하며 정보지식을 구비한 더 유능한 법조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정에서도 앞으로 사람이 출현하지 컴퓨터가 그렇지는 않다, 맹목적인 기술 신봉에서 법조직업의 종말을 외치는 것은 전해 해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의 한계를 인식하여야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그것이 효과적인 곳에서 활용하여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은 결국 '인간' vs 결국 세상 바꿀 ‘AI' 
 
앞서 행사를 함께 주관한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상용 회장도 “사법적 작용은 인간의 삶에 관한 판단과 의사결정 자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궁극적 정복 대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사법부나 법조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보면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을 받아 마땅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법적 작용이라는 것이 오늘날 국가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근본 원리와 잇닿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신적인 미래는 단순히 기술의 발달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주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법률 분야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이면의 철학적 담론에 대한 통찰, 그리고 그에 근거한 미래 설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훗날 인공지능을 넘어선 또 다른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 최종 목적지는 결국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문학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연관될 법적·윤리적 이슈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소송이나 자문과 같이 고도의 종합판단이 개입되는 법률분야에서 인공지능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법조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메타 지식융합을 통해 ‘지능법률정보시스템’ 개발한 인텔리콘의 임영익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부인하지 않은 입장이다. “인공지능 판사의 사례에는 2가지 교훈이 있다. 하나는 인간처럼 추론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약 인공지능 세계에서는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절대로 신성한 재판정에서는 기계 따위가 들어올 수 없다고 미래학자들이 예측했지만 놀랍게도 그런 예상을 모두 뛰어넘고, 중국이나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는 추론 머신 기반의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했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인간이 관심 가졌던 모든 일과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들어가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미 법원 행정 업무나 판례 학습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재판에 얼마나 더 개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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