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2탄] 박종길 KIST 박사 “인간 뇌 모사에 뛰어난 뉴로모픽 반도체, 이제는 제품화 고민해야”

2020-04-06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박종길 선임연구원(공학박사),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전자재료연구단
 

우연이었다고 했다,

박사과정을 위해 떠난 미국 유학길에서 뉴로모픽(Neuromorphic) 분야의 권위자인 지도교수를 만난 것이.

뉴로모픽 공학은 1980년대 후반에 나온 개념으로 인간의 뇌의 구조 및 동작 원리를 모사한 반도체를 설계하여 뇌의 동작 특성을 모사함과 동시에 뇌가 가지는 에너지 효율성을 가지는 반도체를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그렇게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필연인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생소한 분야이어서 공부하기 어려웠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달랐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반도체 설계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현재 많이 연구되고 있는 딥러닝 가속기 형태의 AI 반도체와는 다른 개념으로 실제 뇌의 동작 특성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신경망을 모사한 스파이킹 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 SNN)을 동작시키기 위해 설계된 반도체를 의미한다.

스파이킹 신경망은 시간적으로 연속적인 데이터의 흐름이 드문드문한 스파이크 신호로 표현되어 전달되므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연산량이 절대적으로 적어서 연산의 효율성이 높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전자재료연구단의 박종길 선임연구원(공학박사)이 차세대 인공지능 구현을 위해 필요한 뉴로모픽 반도체 및 시스템 설계를 연구하게 된 동기는 이렇게 ‘우연과 필연’이 겹쳐져 일어났다. 그의 설명대로, 뇌가 정보를 ‘시공간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뇌는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때, 카메라가 사진을 촬영하듯이 한 장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촬영해서 이미지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지점의 시공간적 정보 (spatiotemporal information)의 변화를 감지하였을 때만 시각세포에 스파이크를 발현하고 스파이크 시신경을 통해 뇌에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으로 전달하여 시각정보를 인지한다. 다른 감각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렇게 희소성(Sparsity)을 가지는 정보를 가지고도 연산의 효율이 매우 높고 고차원적인 인지, 판단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뇌이다. 이러한 연산의 형태를 가깝게 모사하고자 하는 것이 뉴로모픽 공학이고 이를 실제로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것이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분야이다.”

뉴로모픽 반도체에서 기본 연산 유닛이 되는 것은 뉴런과 이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이다. 규모가 큰 스파이킹 신경망을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함께 유기적으로 동작하는 뉴런과 시냅스의 개수가 많아야 한다. 박 선임은 현재, 이러한 뉴로모픽 반도체의 연산 수행능력(스파이킹 신경망 크기)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뉴로모픽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특정 작업(알고리즘, 신경망구조)에 한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어떠한 형태의 스파이킹 신경망도 실시간으로 구동시켜 볼 수 있는 하드웨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뉴로모픽 하드웨어가 연구개발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스파이킹 신경망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실제로 개발된 하드웨어를 사용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가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신경망 알고리즘을 연구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 연구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로모픽 컴퓨팅 자체가 전력 소모를 굉장히 줄이면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SNN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만들려 하고 있다.
또한 SNN은 아직 딥러닝 만큼의 정확도가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Q. 그렇다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고 판단하는가.

A. 처음에 학계에서 연구가 진행되어 오면서 뉴로모픽 컴퓨팅에 필요한 하드웨어 구성요소들에 대한 탐색 연구가 이루어졌고, 최근 들어 미국의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 IBM 등에서 뉴로모픽 반도체를 차세대 컴퓨팅 후보군 중에 하나로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이 설계하는 반도체 칩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인간의 뇌처럼 실제 집적도나 연산 효율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컴퓨터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의 효율성을 통해 컴퓨터 자원 및 전력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발표된 다양한 뉴로모픽 반도체를 활용하여 뉴로모픽 컴퓨팅을 이용한 의미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빠른 시일 안에 발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뉴로모픽 컴퓨팅에 필요한 하드웨어도 필요하고 이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있어야 할텐데.

A. 적합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컴퓨팅의 원리상 GPU는 딥러닝에 잘 적용된다. 그런 하드웨어들이 있기 때문에 딥러닝이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미 20~30년 전에 예측된 결과들이다. SNN도 인간의 뇌를 모사한 알고리즘의 형태이고 컴퓨팅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점은 많은데, 알고리즘을 연구하려 해도 시뮬레이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기존 하드웨어에서는 한계가 있다.

뉴로모픽 컴퓨팅 자체가 전력 소모를 굉장히 줄이면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SNN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만들려 하고 있다. 또한 SNN은 아직 딥러닝 만큼의 정확도가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Q. 세계적 기업이나 연구실, 박사님 연구실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물론이다. 플랫폼화 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연구하고 있다. 인텔이나 IBM 혹은 전 세계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뉴로모픽 시스템 디자인이 논문으로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물들을 연구해보려고 하면, 실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국내에 들어와 있지도 않고, IP 관련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뉴로모픽 컴퓨팅이 세상에 유익한 분야가 되기 위해서 어딘가에서 하드웨어 하나를 개발했다고 발표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가령 SNN 알고리즘을 연구하시는 분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하드웨어를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자들이 함께 실험적인 연구를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것을 통해 함께 실용적인 솔루션을 찾고 싶다.


Q. 딥러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속도와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에 반해 뉴로모픽 반도체는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A. 뉴로모픽 반도체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작업의 정확도만은 아니다. 딥러닝이 객체를 인식하는 문제 등 특정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딥러닝이 현재 인간이 할 수 있는 다른 고차원적인 인지, 판단 능력을 모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뉴로모픽 반도체가 추구하는 것은 실제 인간의 뇌의 동작 원리를 더 잘 모사해서 인간의 뇌가 더 잘할 수 있는 실시간성, 다중성, 효율성을 가지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로모픽 반도체는 즉각적인 판단 및 반응을 통해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중 센서의 신호 처리가 용이하면서 연산의 효율성을 지니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Q. 특히, 뉴로모픽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분야이다. 어떠한 형태의 협업이 필요하며 국내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A. 말씀하신 것과 같이 뉴로모픽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 연구가 필요한 복잡한 분야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용하여 수행하는 알고리즘의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관련 하드웨어를 이용한 스파이킹 신경망 알고리즘에 관심 있는 관련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 연구기관마다 가지고 있는 기술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융합하여 뉴로모픽 컴퓨팅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융합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


Q. 협업의 어려움 말고도 인력 부족 같은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A. 연구 자체가 풀어야할 문제는 많지만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있다. 뉴로모픽을 딥러닝, AI 가속기와 분리해서 말한다면 하드웨어 설계나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인력은 많지 않다.

앞에서 협업의 아쉬움을 얘기했지만 국내에는 이 분야에서 같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지 않은 것도 아쉽다. 지금은 관련 기사도 나오고, 블로그도 더러 있지만 (딥러닝, AI가속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학생 인력과 같은 미래 세대들이 앞으로 이 분야를 많이 선택해 주면 좋겠다.


Q. 여러 인공지능 반도체가 존재하는데,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 같은가.

A. 현재는 인간의 지능에 가까운, SNN 기반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지만 넓게 본다면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개발되어야 인류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문제와 관련 있기도 하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 문제를 좀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딥러닝 가속기 하드웨어는 최적화된 디바이스 형태로 계속 나오고 있고 실제로 탑재되는 분야도 있다. 근데 지금의 딥러닝의 한계점이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강점은, 99.9% 확률로 전 세계의 오브젝트를 구분해 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보다 다른 강점이 있다. 인간은 완전히 100%로 물체를 인식하지 않지만 뭔가 스쳐지나가도,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순간적으로 빠르게 판단하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실시간성,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학습능력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시각정보, 청각정보 등 오감을 적용하여 인지하여 판단하는데, 이런 다중센서 기능으로 그런 것을 처리하면서도 스파이크 이벤트로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이러한 인간의 고차원적인 테스크를 모방하기 위해서는 전력면에서도 효율적인 반도체가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로모픽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 연구가 필요한
복잡한 분야이다. (중략) 연구기관마다 가지고 있는
기술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융합하여 뉴로모픽 컴퓨팅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융합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 



Q.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뉴로모픽소자나 AI 가속기 등을 개발해 내놓으면서, 한국은 한발 뒤처진 느낌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필요하다면 어떤 분야이겠는가.

A. AI 반도체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정부차원에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을 향후 10년간 중점적으로 연구하겠다고 하여 추진하고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적절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연구개발 계획이라고 생각이 든다.

현재는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딥러닝 가속기 중심의 AI 반도체 관련 연구과제가 많이 수행되고 있는데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분야는 다음 세대를 먼저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분야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뉴로모픽 반도체의 경우, 고집적 고효율 메모리에 중요한 기술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가 잘하는 분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부분에서도 강점을 지닐 수 있다.


Q. 아무래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적용하는 문제도 그렇지만 적용 시장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A. 당연한 질문의 수순이다. 킬러애플리케이션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지난 30여 년간. 이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져 왔다. 그 다음은 뭘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발전한 것은 좋은데, 이제 한번쯤은 킬러애플리케이션을 보여 줘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계속 기초연구만 한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질문과 함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답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고민이다. 제품화까지 가기 위해서 하드웨어나 구조를 만들었을 때의 과정, 그것을 해결했을 때 다른 기술과의 선택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Q. 끝으로, AI 반도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뉴로모픽 반도체 분야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KIST에서도 뉴로모픽 분야를 차세대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연구해 나가야 하는 주제가 많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 융합되어야 진정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같이 연구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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